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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길을 묻다. #네번째 이야기 -
ARCHI TALK 14.02.19

쉼 없이 달려가는 범건축의 인사이트 포럼 ‘건축, 길을 묻다’. 네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 2013년 11월부터 시작된 인사이트 포럼은 범건축 창립 30주년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포럼입니다. (이제 말 안해도 아시죠~?) 이번 포럼은 범가족들이 준비하는 포럼과는 다르게, 외부에서 초청한 젊은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분이 오실지 B양도 궁금했는데요~

 

네번째 포럼은 ‘조호건축’의 이정훈 소장님의 특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정훈 소장님은 조호건축의 대표로 용인 보정동의 헤르마 주차빌딩, The Curving House 등 멋진 작품을 설계하셨고, 2013년 미국 건축 잡지 <아키텍처럴 레코드>가 수여하는 ‘디자인 뱅가드상’을 수상하시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뱅가드상은 ‘차세대 건축을 이끌 10명의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양한 건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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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소장님의 특강 내용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수고스러움의 건축

얼마 전 스티브잡스의 자서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연엔 스티브잡스와 비슷하게 옷을 입어봤어요^^ 스티브잡스가 건축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영감을 주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늘 강연은 실제 제가 작업했던 일들 위주로 처절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 할 때는 건축과의 인기가 대단해서 커트라인도 굉장히 높았어요. 그 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기 시작하는 시기였어요. 저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도면을 다 손으로 그렸는데, 졸업을 할 때가 되니 모두가 캐드를 사용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손으로 그렸던 작업들이 건축공부를 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 커질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철학과를 다녔어요. 건축의 깊은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었고, 건축의 근본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공부하고 싶었어요. 후에 프랑스의 낭시로 유학을 갔습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건축 엔지니어 학교에서 건축사 과정이 아닌 유리디자인 과목을 공부했습니다. 지역의 특성 상 재료나 물성을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건축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수업의 30%는 답사, 30%는 엔지니어, 30%는 디자인수업이었어요. 답사 수업이 정말 큰 영향을 줬어요. 공간에 대한 체험을 직접 해보니 아름다움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죠. 한국에 있을 땐 디테일을 잘 몰랐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사소한 디테일이 만드는 공간감이 엄청났어요. 깊이의 폭에 의해 나타나는 빛의 양과 질이 달라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디테일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껴보니 후에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건축을 해야겠다는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 공간을 체험해보니 감성을 어떤 공간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요.

우연찮게 낭시 바로 윗 도시에 제 2의 퐁피두센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그 현상설계에 ‘시게루 반’이라는 건축가가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구요. 이 후에 그 전시회를 갔는데 스터디모형들을 보고 첫사랑에 빠지듯이 빠져들었어요. ‘이건 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무작정 시게루 반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회사에서 ‘코리안 미스터리’라고 알려져 있더라구요. 결국엔 우여곡절 끝에 시게루 반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어떤 큰 상을 받은 순간보다 일하고 싶던 사무소에서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시게루 반 사무실은 모형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1/20, 1/50 정도의 모형을 만들면서 재료를 익히고 설계를 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큰 비중의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설계의 전체적인 과정, 예산, 재료, 디자인 등을 다 겪어보면서 설계를 풀어가는 과정을 배우게 되었어요. 앞으로 건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7평짜리 작은 사무소를 열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건축을 할까 혼자 고민도 하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던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금은 7평보다 조금 더 큰 사무실에서 직원들 몇 명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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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마 주차 빌딩

2009년에 공사를 한 용인 보정동의 주차장입니다. 건폐율이 90%, 용적률이 1500%였던 땅이에요. 건축주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땅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그냥 놀고 있던 땅이었어요. 이 디자인의 핵심은 주차장답지 않은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건물 매스 전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고 싶었어요. 건물의 사면을 다 막아서 전면의 테라스 공간도 활용 할 수 있었어요. 외피는 자동차 보닛의 그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마치 공기가 순환되는 것 같은 느낌의 디자인을 만들어서 주차 빌딩의 상징성을 더 강조 할 수 있었습니다. 사방의 도로로 건물의 사면이 노출되기 때문에 각각의 면에 개구부를 만들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한국의 실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현장에서 근무를 했어요.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현장에서 함께 일을 했어요. 현장 반장님, 팀장님들과 함께 디테일을 만들어갔어요. 디테일을 풀어가는 전문가가 있지만, 설계비와 공사비에 그런 전문 인력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시는 반장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디테일을 만들어갔어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실력으로 오차가 거의 없는 디테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실수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원하는 디테일을 만들어갔죠. 마지막까지 디테일과 방수처리 등등 때문에 고민도 많았지만 무사히 마무리 한 프로젝트입니다.  건축은 기하학과 수학이 정말 중요한 학문이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주차 빌딩의 변화를 시험 해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여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남해 처마 주택

디자이너인 지인이 부탁한 개인 주택 리모델링이었어요. 자유분방한 건축주였는데 건물에 정을 붙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남해에 내려가서 집을 봤는데, 디자이너인 건축주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유분방한 건축주의 아이텐티티가 나타 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죠. 디자인 아이디어는 비례를 맞추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디자인이 한국 전통의‘처마’였어요. 처마의 곡선을 표현하는 입면을 만들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리는 집을 만들었죠. 남해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공사를 같이 할 사람이나,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예산 문제도 있었구요. 어렵게 만난 샤시업체 사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디테일을 만들어갔어요. 건물의 앞쪽엔 데크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독특한 외피를 씌워 건축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었어요. 곡선으로 만든 디자인때문에 시공상의 어려움이 많았는데, 계산해서 그린 도면도 소용없었죠. 현장에서 자르고 붙이고 떼었다가 다시 붙이고… 어려운 공사였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니 조금 더 성숙하게 된 것 같아요. 건축주도 마음에 들어하고 개인적으로도 참 즐거운 프로젝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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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빙하우스

용인 신봉동에 있는 주택입니다. 이 땅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집이었어요. 차 2대가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차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였어요. ‘차를 어떻게 잘 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간단하게 차가 잘 나올 수 있는 곡선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건물을 위로 약간 띄웠어요. 띄운 공간으로 차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죠. 그리고 주택에 한국 전통건축의 ‘대청마루’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주택의 창문도 남향의 큰 창과 주방이나 방들은 위쪽으로 쪽창들을 만들었어요. 공기의 순환도 용이하고 빛도 유입되는 구조로 설계를 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입면인데 벽돌을 이용해서 만들었어요. 현장에서 처음 발생했는데 돌로 변화를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첫 단을 제가 쌓았어요. 벽돌을 약간씩 비틀어서 쌓아갔고, 그 벽돌들을 조금씩 더 비틀면서 긴장감을 주는 형태를 만들 수 있었죠. 약 1m정도 높이까지 현장에서 반장님들과 함께 직접 벽돌을 쌓았어요. 해보니 벽돌이 주는 색다른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기존의 벽돌과는 다른 느낌을 내는 입면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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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하는 건 삶을 배우는 것 같아요. 참을 수 있어야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하죠. 연차라고 하는 것, 혹은 구력이라고 하는 것은 속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건축을 오래 한 사람들의 노하우와 경험은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건축은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들이 준비되지 않으면 다양한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컨트롤 할 수가 없어요. 저희 사무실에서는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일을 배우게 하고, 또 영어를 사용하게 해요. 이것이 제가 만들고 있는 저희 회사만의 노하우에요. 각자의 노하우로 설계방법을 최적화 시키는 것이죠. 그렇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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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수고스러움의 건축’이었지만 강연을 듣고 보니 처절한 건축의 뒷이야기 였습니다. 진행했던 작품의 설계 당시 컨셉부터 준공까지 디자인을 구현시키기 위한 젊은 건축가의 생생하고, 처절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게 건축가가 아닐까란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직접 시도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도전정신과 디테일이나 재료에 대한 열정이 멋진 건물을 만들어 낸 것같습니다.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건축을 만들고 싶다는 소장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범가족들도 건축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이정훈 소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인사이트 포럼, ‘건축, 길을 묻다.’ 의 일정입니다.

  • 유지아, 조수정, 김윤선 / 범건축 30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014년 2월 14일
  • 정윤석, 이영리, 정진형, 최윤아 / 건축 트렌드 찾아 삼만리 / 2014년 2월 28일
  • 조진우, 임연수, 김산 / 2800주 후 / 2014년 3월 14일
  • 김동욱, 임승현, 이재혁 / 설계 프로세스 (or 쉐어하우스) / 2014년 4월 11일

‘건축, 길을 묻다’ 첫번째 이야기 보러가기
‘건축, 길을 묻다’ 두번째 이야기 보러가기
‘건축, 길을 묻다’ 세번째 이야기 보러가기

이 후에 진행되는 인사이트 포럼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 소정 | BAUM ARCHITECTS
BAUM ARCHITECTS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건축 사람들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