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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자화상 -
ARCHI TALK 13.04.16

역사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합화, 세분화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건축 역시, 공간에 대한 개념 및 이를 실현시키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이 건축에 바라는 점들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건축에 바라는 가치들은 세분화, 복합화된 것이지 가치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며 최근, 인간이 건축에 바라는 점을 바탕으로 건축이 사회와 소통해 온 모습들 중,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점 몇 가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건축의 아웃소싱(Out sourcing)이다. 지난 날, 건축은 빠르게 성장하는 국제 경제에 발맞춰 그 규모를 키워왔다. 20세기 후반에 이르자, 건축은 수요가 공급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건축의 부분적 모습을 하고 있던 분야들이 독립하여, 다양한 업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 많은 건축 단종 법인이 그것이다. 건축의 가속화되는 사업 규모의 복합화와 세분화는 시간을 담보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사업 진행 속도와 고차원의 사업 단계에 항복했다. 그 무렵, 우후 죽순 생겨나는 각종 페이퍼 컴퍼니 및 전문 단종 업체들이, 예를 들어 시행사나, 인테리어 디자인, 경관 디자인, 조경 디자인, CG, 모형, 편집 업체 등이 그 빈틈을 메웠다. 게다가 여러 업체의 참여는 사업 예산의 실행율과 리스크를 줄이고, 책임 의식을 분산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들 단종 업체의 건축 시장 유입을 허용했다. 건축 전문가들이 각 세부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제 건축은 전문 단종 회사들의 도움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둘째, 건축 패러다임의 의존성이다. 역사적으로 건축은 마치 예술사의 그것처럼 다양한 사조를 통한 풍부한 사고, 과학의 발전에 따른 기술 혁신을 다방면으로 이루어 냈다. 게다가 건축은 일반적으로 공학이 지니는 특징인 효율성에 대한 개념도 많은 부분에서 정립을 하였다.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 이 후로 이렇다 할 패러다임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그 결과, BIM, 친환경 등 마치, 자신들이 건축을 포함한 여러 산업 사회를 대신하여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건축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업종이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전문 단종 업체들과는 달리 이들은, 전 지구적인 흐름을 적절히 산업 사회에 적용하여 포괄적인 지식과 논리를 제시하며 건축 시장에서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특이한 점은 컨설팅의 범위가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찾는 해결책에는 건축은 여러 가지 중에서 한 가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컨설턴트들도 건축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이들이 아닌 타 분야의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다. 이제 건축은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 앞으로의 건축에 대해 배운다.

셋째, 건축의 경제적 관념 부족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인구 수는 줄어들고 도시 밀도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이 들어설 땅은 줄어들지만, 도시 환경의 바탕인 건축은 할 일이 많다. 건축사업의 형태는 다양화되었고, 이러한 진화된 형태들의 대부분은 경제 사회 속에서 경제가 주된 가치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건축도 경제적 가치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까? 실로 의심 가는 부분이다. 건축이 4,5년 만에 교육 할 수 있는 그리 간단한 학문이 아닌 것은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이 건축 공간의 근원과 결과에 치중해 있고, 도시공학과 부동산학에 비해 시장경제 속의 건축 근원과 결과에 대한 학부 교육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하다. 건축에서의 경제적 관념은, 가장 적은 인원과 시간으로, 저렴한 재료와 공법을 이용하여 건물을 짓는, 대단히 단편적 방식에 대해서 만을 다루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건축 사업의 각 부분에서 진행되는 경제적 개념 확충과 마케팅 능력의 함양이 시급하다. 물론, 건축의 경제적 부분은 정책을 제쳐 두고 언급할 수 없지만, 지금 모습은 마치, 최근 축산 농가의 수입과 국민적 소비 증진을 위해 벌이는 각종 정책적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삼겹살 가격과 폐기 처분되는 돼지들의 비애가 건축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의 소통 능력 부족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에서 시작 해보자. 건축은 꽃은 도면이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누구도 생각지 못한 혹은, 누구나 긍정할 수 있는 개념을 그려낼 수 있다. 도면은 각종 추상화된 기호들과 그림들, 치수 표기와 적절한 글씨들의 배치가, 선의 굵기와 선명도에 따라 종이 위에 펼쳐지면서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과거의 나르시즘에 빠져 건축의 효과적인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변한다. 그러므로 세상과 소통하는 건축의 언어도 따라 변해야 한다. 건축인들 안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었던 매체들은 이제,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세상이 원하는 건축의 모습은 끊임 없이 진화하고 있다. 건축은 이제 세상과 직접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의 건축은 건설사 등 발주처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 오래 갈 것은 아닌 듯 하다. 발주처의 목소리에 품격을 실어줄 디자이너들이 한 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요리, 의상, 제품 등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유명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테크니컬 디렉터들이 그들만의 고급 지식과 철학으로 무장하고 지금의 건축의 위에 올라 서고 있다. 이미 몇몇은 웬만한 건축 사업의 컨설팅 및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고, 놀라운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용을 받고 기획 및 계획 설계의 틀을 만들어 일부 대형 설계 사무실 및 아뜰리에들을 컨트롤하고 있다. 20세기 이 후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건축가에게 다시 돌아온 이 기회를 놓치면 또 다시 주류로 올라 설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지혜를 더욱 겸비해야 할 것이다.

건축은 현 시점에서, 타는 듯한 가뭄에 말라 비틀어져 가는 저수지를 향해 던지는 투망질을 잠시 멈추고, 충분한 자기 개발의 시간과 숙고의 시간을 갖지 않고, 당장 코앞의 문제 해결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점점 더 사회와 격리되는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건축이 존폐의 위기에 있다. 생존 문제에만 몰두하기보다 여러 가지 기본 조건이 부족한 것임을 깨닫고 넓은 시각으로 문제들을 바라보면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홍보실 B양 | BAUM ARCHITECTS
B양은 BAUM ARCHITECTS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건축 사람들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