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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전통건축의 힘, 내진 설계 -
ARCHI TALK 16.10.25

지난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예상치 못했던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오후 7시 44분과 8시 32분에 각각 발생한 이 지진은 규모 5.1, 5.8의 지진으로 서울에서도 책상이 흔들리고 컵의 물이 찰랑이는 정도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습니다.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지진이 난 것은 관측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지진은 수많은 피해를 낳았는데요, 유리창이 깨지고 담장이 무너지고 고층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시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여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5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고, 최근 수원에서도 지진이 발생하기도 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천년 고도’라고 불리는 경주에는 15곳의 전통 사찰, 330개의 왕릉, 1,000여 개에 달하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습니다. 약 100여 건이 넘는 피해가 확인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문화재는 지붕이나 담장의 기와가 떨어지거나 벽체에 약간의 금이 가는 정도의 약한 파손으로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1,000년이 된 이런 문화재들이 어떻게 큰 규모의 지진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전통 건축의 내진설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무엇이 있을까요?
불국사? 첨성대? 석가탑? 다보탑?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만 해도 여러 개 일것 같아요. 천년 고도라고 불리는 경주는 천년이나 지속된 ‘신라’의 도시로 수 많은 문화재와 왕릉이 있는 문화 도시입니다. 걷다보면 마주치는 언덕이 왕릉이고, 걸어서도 수 많은 국보를 만날 수 있는 곳. 천년고도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1,000년 전에 지어진 불국사와 첨성대는 괜찮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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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전경 / ⓒ문화재청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인 9월 13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는 CCTV상으로 상부의 정자석(井字石)이 약간 흔들린 것이 포착되었지만 육안으로 확인해본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첨성대는 북쪽으로 기울어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한다고 해요.

문화재들의 피해가 적은 것은 바로 선조들의 ‘내진설계’ 덕분이었다고 하는데요.
내진설계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을 말하는데요, 건축물의 가로 축을 강하게 만들어 좌, 우로 흔들리는 지진의 진동에 건축물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뜻합니다.

건물의 내부 구조를 L자 형태, T자 형태로 설계하거나 벽면에 지진에 대비하는 설비를 추가하는 것이 보통의 내진설계입니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횟수가 적기 때문에 내진 설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고층건물이나 아파트에는 내진설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시대 선덕여왕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첨성대는 지어진 지 약 1,300여 년이 지난 문화재로 돌을 붙이지 않고 쌓아 올려 만든 구조물입니다.

사실 첨성대에 내진 설계가 적용 되었다는 정확한 기록물은 없습니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혜공왕 시절, 민가가 파손되고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진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시절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과 문화재에는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첨성대는 바닥을 1.5m 이상 깊이 파고 그 안에 자갈과 모래를 채워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 구조물의 기단(기초 부분)과 몸통(원통 부분)의 돌을 엇갈리게 쌓아 상단부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만들었습니다. 쌓아 올린 돌은 총 27단으로, 각각의 돌을 서로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의 변화에도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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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기단부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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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몸통 / ⓒ문화재청

 

원통의 맨 윗부분의 정자석은 우물 정(井) 형태로 만들어져 어느 쪽에서 충격을 받더라도 안정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첨성대의 내부는 아치형 구름다리 형태인 ‘홍예 기법’으로 만들어져있어 충격에 강한 구조라고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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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상단부(정자석) / ⓒ문화재청

 

국보 제24호인 석굴암과 불국사는 어땠을까요?
다행히도 석굴암과 불국사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불국사 대웅전의 지붕과 담장 기와 몇 개가 탈락했지만 비교적 적은 피해라고 해요. 현재 육안으로 보는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불국사는 비탈지에 돌을 쌓아 터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특히 불국사의 서쪽과 남쪽 기단부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돌과 나무 등의 자연 재료를 이용해 내진 설계를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석축이 지진 등의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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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 자하문 / ⓒ문화재청

 

불국사의 내진설계에 사용된 것이 바로 ‘그렝이 공법’이라는 기법입니다. 그렝이 공법은 돌이나 나무를 깎아 모양을 맞추는 기법입니다. 전통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법으로, 지진에 강한 공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불국사 역시 그렝이 공법을 사용하여 지어졌는데요. 돌로 쌓은 석축을 살펴보면 자연석의 모양을 반듯하게 다듬지 않고 그 모양에 맞춰 끼워 넣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그렝이 공법은 불국사 뿐만 아니라 석가탑의 하부에도 사용된 공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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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렝이 공법과 동틀돌 (불국사 안양문 석축기단)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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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 대웅전 / ⓒ문화재청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틀돌’ 역시 불국사 내진설계에 큰 역할을 합니다.
동틀돌은 건축물을 받치는 기단부의 돌 부분을 짜 맞출 때, 돌이 흔들리지 않도록 돌기둥을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불국사의 아치형 다리 아래를 받치는 돌이 바로 동틀돌 입니다.

1206년 고려시대에 큰 지진이 발생했었다고 해요. 당시 다보탑과 석가탑은 무너졌지만 통들돌과 그렝이 공법을 사용하여 지어진 불국사는 끄떡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선조들의 지혜, 참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통건축에서 ‘내진설계’는 정확하게 내진설계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건축술이 내진설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가지의 사례지만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는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가을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박 소정 | BAUM ARCHITECTS
BAUM ARCHITECTS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건축 사람들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