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중앙탕 그리고 젠틀몬스터 -
STORY 16.05.02

안국역과 현대사옥의 사잇 길로 들어서면 중앙고등학교까지 이어진 긴 골목길이 있습니다. 이 골목길이 그 유명한 ‘계동 길’입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의 장소가 되고 누군가에겐 데이트 장소가 되는 이 계동 길은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것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서울 근대 대표 한옥으로 꼽히는 최소아과 의원도 자리잡고 있고요, 아날로그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도 있고요,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가게들도 많은 골목입니다.

최소아과 네거리를 지나 조금 더 걸어오면 계동 길의 중심에 ‘중앙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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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탕의 옛 모습 / 사진제공: 서울시청

 

중앙탕은 중앙고등학교 운동부의 샤워시설로 사용되다가 1969년 공중목욕탕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목욕탕은 사업자등록상 1969년 개업을 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아마도 1950년대 후반에 개업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합니다. 1969년, 화교 담란향 씨가 중앙탕을 인수하여 2014년까지 46년 동안 중앙탕을 지켜왔습니다.

중앙탕은 남북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생긴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도 잘 알려져있는 곳이죠. 오랜시간 계동을 지키던 중앙탕이 지난 2014년 11월 16일, 46년 간의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중앙탕은 단순히 목욕을 하는 목욕탕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되던 곳이었다고 해요. 중앙탕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중앙탕을 지켜야 한다며 폐업을 반대 요구도 있었지만 결국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최신식 찜질방과 각양각색의 워터파크가 넘쳐나는 요즘, 오래되고 정감있는 동네 목욕탕의 폐업소식은 무척이나 아쉽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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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탕의 옛 모습 / 사진제공: 서울시청

 

그런데 그 중앙탕에 안경 체인점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안경 브랜드인 ‘GENTLE MONSTER (젠틀몬스터)’ 쇼룸이 그 소문의 주인공!

젠틀몬스터는 독특한 안경과 안경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특히 인테리어에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계동 중앙탕 쇼룸은 젠틀몬스터의 네 번째 쇼룸으로, 가구 디자이너 그룹인 ‘패브리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젠틀몬스터는 계동 뿐만아니라 뉴욕,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부산 등에도 독특한 쇼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 바로가기]
[패브리커 바로가기]

 

그럼 중앙탕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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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 길의 중심에 자리잡은 ‘중앙탕’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간판과 외관은 그대로 남긴 채, 황동으로 마감한 입구가 마치 타임머신의 입구처럼 느껴집니다. 따뜻한 봄 날씨를 느끼며 찾아간 젠틀몬스터 쇼룸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요, 안경 쇼룸이라는 느낌보다는 정말 옛 목욕탕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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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H HOUSE.
GENTLE MONSTER의 네 번째 쇼룸 ‘BATHHOUSE’는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이다. 잊혀질 수 밖에 없지만,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는 수단으로 공존을 택했다. 기존에 자리한 목욕탕의 오리진(Origin)을 살리고 브랜드의 정서를 담아 ‘창조된 보존’의 개념을 재현하고자 한다.

입구 한 쪽 벽면에 적힌 쇼룸에 대한 소개 글을 보니 공간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낡고 오래된 목욕탕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요?

 

목욕탕의 입구를 지나 쇼룸의 왼쪽을 보니 엄청난 기계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기계는 ‘TIME TRANSFORMATION’라는 작품입니다. 여탕으로 사용되던 1층 공용 수도에 설치한 설치물의 운동에너지가 2층으로 연결된 전구로 이어지면서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원리인데요. 특히 이 작품은 목욕탕의 물을 데울 때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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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TRANSFORMATION, 1층 설치물 (운동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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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TRANSFORMATION, 2층 설치물(전기에너지)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타일을 떼고 그대로 노출한 벽면과 냉, 온탕으로 이용되던 욕조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또, 자칫 좁아보일 수 있는 공간에 거울을 설치해 공간을 넓어보이는 효과까지!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의 한 쪽에는 Object of BATH HOUSE라는 이름의 작품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붉은 벽돌 마감과 대비되는 하얀색 항아리 모양의 오브제는 실제 비누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BATH HOUSE의 컨셉에 맞게 제작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실제 판매도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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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남아있는 타일 자국과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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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ject of BATH HOUSE

 

견고하게 생긴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볼까요?
계단의 중간에는 중앙탕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신주 계단’의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고요. 영상만봐도 목욕탕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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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 아래: 계단 참에서 재생되는 중앙탕의 옛 모습

 

이제 꼭대기 층인 3층입니다.
사실 특별한 기대 없이 올라간 3층은 그야말로 반전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천창을 이용해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공간이었는데요. 특히 가운데 자리잡은 이국적인 느낌의 나무와 독특한 패턴의 바닥, 그 속에 자리잡은 안경의 조화가 정말 독특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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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끝이 아니죠:-) 3층에는 야외 공간이 있다는 사실!
계동 길에서 중앙탕 쇼룸을 올려다보면 옥상에 나무가 보이는데요, 과연 저 곳은 어떤 공간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이런 멋진 야외 공간이 숨어 있었더라고요. 밖으로 나와보니 목욕탕의 상징인 큰 굴뚝과 멋진 풍경이 한 눈에! 눈 앞에 펼쳐진 계동 길의 한옥을 보니 마음이 뻥 뚫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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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공간을 쇼룸으로 만들기 시작할 땐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고 해요.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외관을 살려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손을 대야 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오랜 세월이 담겨있는 건물이기 때문이겠죠. 많은 노력 끝에 건물의 외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1층 입구를 독특하게 디자인하여 젠틀몬스터의 정체성을 드러낸 멋진 쇼룸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순 없었지만 실제로 느끼는 감동은 훨씬 큰 공간입니다.
목욕탕에서 사용하던 보일러를 그대로 남겨두기도 하고, 허물지 않은 욕조의 의자는 쇼룸을 둘러보는 사람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젠틀몬스터 쇼룸, 어떠셨어요?
사실 안경을 판매하는 곳이라 공간보다 안경에 시선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공간에 들어가보니 안경은 제 자리에서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공간과 소품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겠죠?

멋진 안경만큼이나 멋진 공간으로 재 탄생된 젠틀몬스터의 계동 중앙탕 쇼룸~
계동 길에 가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박 소정 | BAUM ARCHITECTS
BAUM ARCHITECTS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건축 사람들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