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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답사 #1] 절두산 순교성지 -
ARCHI TALK 16.04.11

서울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한국 전통 건축이나 근대건축물도 있고요. 공간사옥이나 프랑스대사관처럼 초기 한국의 현대건축을 보여주는 건축물도 있죠. 또, 최근 지어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나 서울시청 신청사 같은 비정형의 건축물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명하고 잘 알려진 건축물도 좋지만 서울 곳곳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건축물이 많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2016년 B양의 야심찬 계획! 서울에 있는 다양한 건축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절두산 순교성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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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切頭山)은 양화진 근처의 봉우리로 모양이 누에가 머리를 든 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잠두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장소입니다. 그러나 1866년, 제1차 병인양요가 일어나면서 잠두봉의 역사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1866년 8월, 프랑스군함이 양화진에 정박한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고 한 달여 뒤인 9월, 다시 강화를 침략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조선 정부는 이 일을 도운 것이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망명한 천주교 신자들이라고 생각했고, 프랑스군함이 정박했던 양화진에서 약 17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프랑스군함의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잠두봉에서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한 것이지요. 이 때, 잠두봉에서 신자들이 칼날을 받았다고 하여 그 뒤로 절두산(切頭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장소를 보존하고자 천주교회는 1966년 병인양요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절두산 일대를 매입했고 절두산 순교기념관 (박물관+성당)을 건립했습니다. 순교기념관에는 천주교회와 관련된 사료, 유물, 성인들의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순교자 28위의 유해가 모셔져있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는 사적 39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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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순교성지는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걸어서 약 10분정도 거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젊음이 넘치는 합정역에 과연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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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순교 성지’
이곳은 1866-67년에 걸쳐 많은 천주교신자들이 교회와 천주께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박해를 당하고 치명한 거룩한 땅입니다.

입구에 써있는 문장을 보니 천주교 신자가 아닌 B양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어요.

 

입구에 들어서면 저 멀리 웅장한 건물이 보입니다. 절두산 순교 성당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성당은 병인순교 100주년을 맞는 1966년에 착공하는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현상설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설계 지침은 ‘절두산의 모양을 변형시키지 말 것’ 이었어요. 이 건물은 국내파 건축가로 유명한 이희태님의 작품으로 당시 마흔을 넘긴 나이로 이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설계 초기의 스케치는 상부가 잘린 갓 모양의 성당, 초가지붕의 곡선을 살린 기념관, 그리고 두 개의 건물을 이어주는 칼 모양의 종탑 형태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이 스케치는 건물이 준공될 때 까지 변경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희태님은 많이 알려진 1세대 한국 건축가 김수근, 김중업 건축가와 같은 시기의 건축가로, 유학 없이 국내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건축가로 유명한 분입니다. 대표작으로는 혜화동 성당, 국립 경주박물관, 국립극장 등이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3층 규모의 이 성당은 현대 건축물이지만 한국 전통건축에 사용하는 요소(지붕, 벽, 기둥 등)가 곳곳에 사용된 건물입니다. 초기 스케치처럼 날렵한 지붕은 윗 부분이 잘린 갓 모양을 닮았고, 박물관의 지붕은 초가지붕의 형태와 닮았습니다. 또 서로 다른 형태의 두 건물을 이어주는 종탑은 순교자들을 처형한 칼의 모양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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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콘크리트 지붕을 받치고 있는 가늘고 긴 원형기둥입니다. 기둥은 모두 2개의 트윈기둥으로 되어 있는데, 날렵한 처마를 지지하는 모습이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손으로 도면을 그리던 그 시절의 이희태 님의 스케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건축물의 형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빗물이 내려오는 홈통 대신 쇠사슬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구조는 석루조(石漏槽)라고 하는데, 비가 오면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지붕 처마에 설치하는 구조물입니다. 지붕 끝 선에서 가늘게 떨어지는 쇠사슬을 타고 빗물이 내려오게 되고 그 빗물은 쇠사슬 아래 있는 배수구로 모여 물이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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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체험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체험관 내부에는 한국인 최초의 주교이신 노기남 대주교님의 유품과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여러 성인들의 유품도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천주교인들을 박해할 때 사용하던 형틀을 재현해놓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체험관 뒷 편의 지붕에도 세심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자라고 있던 나무를 자르지 않고 건물을 짓기 위해서 지붕에 나무 구멍을 내고 건물을 지은 부분인데요. 작은 부분이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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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지 곳곳에는 조각상과 기념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순교자들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진심을 다해 기도하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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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지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바로 앞 한강 공원으로도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한강공원 쪽으로 내려와서 보니 절벽 위에 자리잡은 순교성지의 모습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한강공원이 만들어지기 전 모습은 나룻터와 백사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멋진 모습이었겠죠?

절벽 아래에는 궁금증을 만드는 돌 문이 있는데요. 이 문은 순례문으로 사용되던 문입니다. 지금은 절벽 아래 쪽에 두 개의 문이 있고, 그 사이는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돌 길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절벽 근처까지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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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순교성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자료도 참 많더라고요. B양이 입수한 자료도 살-짝 공개합니다.
초기 사진과 도면, 그리고 건축물의 개요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1985년 11월, 월간 건축문화에 수록된 자료입니다. (월간 건축문화 / No.54(19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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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 건축문화,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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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제공: 건축문화,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절두산 순교성지 이야기 어떠셨어요?

해질 무렵 찾아 간 절두산 순교성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웅장하고 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공원처럼 조성된 공간에 봄 꽃과 새싹까지 가득해서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종교를 떠나 역사적인 의미까지 알 수 있었던 답사였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방문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관람료는 없지만, 순례객들이 자율적인 봉헌금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 참고하시면 됩니다.

[절두산 순교성지 바로가기]

다음 번 B양의 건축답사도 기대해주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 소정 | BAUM ARCHITECTS
BAUM ARCHITECTS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건축 사람들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