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인철을 만나다 -
ARCHI TALK 11.03.30

건축가를 만나다 01 _ 김인철(아르키움) / 진행: 백상월(건축프리랜서), 일러스트 길쭉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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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 – 아르키움 사옥(2011년 3월 22일 AM 10~12)

_뼛속까지 스민다는 봄바람과 며느리를 쬐인다는 봄볕이 함께 쏟아지던 3월의 어느 날, 건축가 김인철(아르키움 대표)을 만나기 위해 한적한 동네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늦은 아침의 평온한 사무실 공기는 치열했던 간밤을 연상케 했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는 치열하게 작업 중이었다. 모든 치열함과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 책상 위에는 따뜻한 커피가 놓였고, 근황을 묻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_●

1.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 맡고 계신데, 개강을 해서 바쁘시겠어요. 근황은 어떠신지, 또 사무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낮에는 학교에 가고, 새벽과 저녁에는 사무실에서 작업을 합니다. 일단 아르키움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일하게 해줘야 하니까 바빠요. 국내 프로젝트로는 주택, 근린시설, 체육관 등을 진행 중이고, 해외에서는 얼마 전 캄보디아에 설계한 원불교 교당이 착공됐어요. 인터뷰 직전까지 작업하던 조금 특별한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지역에 설계하게 된 비지터센터인데, 이것 때문에 조만간 캄보디아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학교는 이번 학기까지 3학기가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죠. 설계스튜디오에 이론 수업까지 맡아 주중에는 거의 학교에 있습니다.

_교수와 건축가로서 둘 모두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집과 사무실이 붙어 있기 때문이란다. 사무실 바로 아래층이 집이니, 새벽에 눈 뜨자마자 올라가고 늦은 시간에도 낮 시간 동안 진행된 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잠깐, 직원들의 속마음은 어떨지 궁금했다. 각설하고, 학교이야기를 받아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_●

2. 학생들에게 글 쓰는 과제를 많이 내주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보고, 책 읽고, 답사 다녀와서 제출해야 하는 A4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드로잉 몇 장보다 어려운 과제일 텐데, 글 쓰는 것이 건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 설계는 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계획을 세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하나의 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지요. 학생들에게는 설계의 기술이 아니라 기술 이전에 무슨 생각으로 그릴 것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글을 쓰게 합니다. 1989년에 일본에 초청되어 전시를 했는데, 당시 큐레이터에게 건축가 선정기준에 대해 묻자 ‘건축은 건축가의 생각으로 시작되지만 그것이 온전히 구현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개념이 담긴 글로서 건축가를 판단했다’고 하더군요. 그간의 경험에서 비춰 봐도, 건축에서 가장 힘든 일은 건축주와 공무원, 시공자 등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입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남의 땅에, 남의 돈으로, 남의 손을 빌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는 카리스마가 필요하지요. 이것이 건축주에게 감동과 존경으로 인정될 때, 일이 성립되는 것이고요. 결국 글쓰기는 이러한 과정을 단련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_올 초에 출간된 <공간열기(空間列記), 20111_동녘>에는 그의 작품과 함께 한국건축론 수업을 진행하며 수집하고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개념, 배치, 형태, 형식, 용도, 기능, 공간, 영역, 장소, 설계 등의 건축 용어를 소제목으로 삼았지만, 일반 대중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축계 일각에서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건축가가 들뢰즈를 운운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하지만 그는 건축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인문학적 관점에서 건축을 풀이했다. 나 역시 그러한 지점에서 삶 깊숙한 곳에 뿌리박고 있는 건축의 본질이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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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아르키움 대표(중앙대 겸임교수)

 

3. 건축이 인문학이라는 것도 혹은 문화라는 것도 다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설계사무소의 빡빡한 일상에서는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건축의 현실적 문제들에 부딪혀 기로에 놓인 범건축 사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학을 졸업하고 엄이건축에서 14년을 근무했어요. 고비도 많았고 유혹도 많았지만 때를 기다렸죠. 사표를 냈는데 회사에서 붙잡지 않으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3~4년마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연봉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프로젝트 따라 철새처럼 움직이던 사람들 대부분은 결국 다 사라졌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했어요. 후일에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포지션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외부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용기로 건축과 대면하세요. 범건축뿐만 아니라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_제법 유명한 어느 건축가에게 누군가 질문했다. 어떻게 지금의 위치까지 왔냐고. 그러자 건축가는 담담한 목소리로 ‘나는 건축을 특별히 잘했던 적이 없다. 시루에 담긴 콩나물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사라졌더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니까 결국 나만 남아서 우뚝 선 것처럼 보이고 있다.’라고 대답했단다. 사실 건축계에 회자되고 있는는 비일비재한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러하겠지만, 인내와 끈기가 최고의 덕목인 곳 중에서도 건축은 독보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마구 쏟아준다. 진짜 많이 좋아하는 거 아니면, 목숨 걸고 할 거 아니면 건축 하지 마! _●

4. 사우들이 굳게 마음먹고 설계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범건축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범건축이 어떤 설계사무소가 되었으면 하는지 그 바람과 마무리 인사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설계사무소도 점점 더 양극단으로 치닫는 추세입니다. 아뜰리에는 더욱 영세해지고 대형사무소의 덩치는 점점 비대해지고 있죠. 이러한 현실에서 범건축 만큼은 기존의 대형사무소와 차별화된 방식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맨 파워를 활용한 대형사무소의 조직력과 기술력에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어우러질 때 시너지가 발생하죠. 서로를 인정하고 협업하는 열린 자세가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윈-윈 전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 설 수 있는 범건축이 되기를 바랍니다.

_매서운 눈빛과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 때문에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건축이야기를 나눠보길. 목숨 걸고 건축을 하는, 진짜 건축을 좋아하는, 다시 태어나도 건축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축가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수라는 직업의 정년은 내년이지만, 그래서 내년부터는 더욱 열심히 설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에게서 건축의 매력이 오롯하게 묻어났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건축을 못 벗어나는가 보다. 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마무리된 인터뷰의 여운이 참 기분 좋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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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인터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김인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_●

ps.만나보고 싶은 건축가, 또는 문화 예술인등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쪽지로 신청해주세요.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