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양진석을 만나다 -
ARCHI TALK 11.04.02

건축가를 만나다 02 _ 양진석(Y그룹) / 진행: 백상월(건축프리랜서), 일러스트 길쭉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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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 _플래툰 쿤스트할레(2011. 3. 30. PM 2:00~6:00)

_ 5장의 정규앨범을 낸 가수가 건축도 하는 것인지, 실력 있는 건축가가 노래도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굳이 한 단어를 대표로 내세워야 할 이유는 없지만, 둘 모두를 달아주기에는 왠지 모르게 약이 올랐다. 그래서 둘 중 하나는 단순히 취미생활이거나, 아님 둘 다 그저 그런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떠한 근거도 기준도 없는 예상이었다. 그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있었나? 그의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크리틱한 적은 있었나? 동경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어 결국은 재미도 의미도 없는 꼬투리를 잡았다. ‘그래서 정체가 뭔데? 건축가, 아니 가수, 그래도 건축가라고 불러야 하나?’ 양진석(㈜와이그룹 대표)의 정체를 알기 위해 플래툰 쿤스트할레에 마주 앉았다. 카페인지 갤러러인지, 아니면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인지 정체가 모호한 인터뷰 장소가 그와 참 어울렸다._●

1.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앞선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실 일간지나 다른 매체의 기자와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오히려 건축분야 기자와의 만남은 드물었습니다. 주로 기존의 선입견에서 파생된 리뷰가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런 만남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범건축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

2. 유명세만큼이나 선입견 또한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러브하우스에서의 이미지가 절대적이구요. 당시 건축과에 입학했던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그들의 원망 아닌 원망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러브하우스가 결정적이긴 했죠. 하지만 이미 그 전부터 방송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을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고, 제법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도 했었고, SBS의‘좋은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인생을 걸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오로지 러브하우스에서 설정된 이미지가 전부였죠. 하지만 그래서 생긴 선입견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것도 일종의 관심이고, 부정적인 것은 언제든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_나 또한 그 시절 건축과에 입학한 학생이었던지라 그에게 볼멘소리를 쏟아냈었다.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핑계거리가 필요했었다. 건축의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까지도 그에게 전가하면서 게으르고 적극적이지 못한 스스로를 위로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건축을 잘하고 있으며, 이제는 나를 비롯한 아무개들도 비겁함이 통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잘 살고 있다. 결국 남은 것은 그에 대한 애증이다. 물론 언제든지 누구든지 그를 다시 롤러코스터에 태울 수 있지만, 그는 롤러코스터마저 잘 탄단다. 그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_●

3. 건축가와 가수라는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는데요, 둘 중 어떤 것을 우선하는지 궁금합니다.

▶ 의식적으로 비중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9 vs 1, 혹은 1 vs 9까지 가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수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건축이 훨씬 유리하죠. 그렇기 때문에 직업군으로서는 건축으로 분류될 수 있겠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건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이든 음악이든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고,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건축과 음악이 무관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건축용어를 사용해서 가사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선율에 건축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건축가냐 아니면 가수냐’라는 질문은 적합하지 않다고 봐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질문에는 도무지 대답할 수가 없으니까요. 새로운 직업군으로 봐주시는 것이 좋겠네요.

4. 이번 앨범은 ‘장소찾기 프로젝트’네요. 현재 싱글앨범으로 나온 곡이 홍대 주차장길과 가로수길인데, 둘 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의미 부여하기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 두 곡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로 전개됩니다. 구축된 매스와 공간만이 건축은 아니듯이, 그 곳에 녹아 있는 이야기로 건축된 장소라고 본 것이죠. 조만간 공개될 곡은 강변북로에 대한 노래입니다. 가수 윤종신, 김광진, 김현철 씨와 함께 부른 곡인데요, 뮤직비디오에도 오로지 강변북로의 풍경만 담았습니다. 인물은 등장하지 않아요. 그 풍경이 주인공입니다. 이어서 작업하고 있는 곡은 외국인도 내국인도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이태원길, 모든 강북 도심의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투영되는 북한산길, 엄마와 처음 떠난 여행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올레길 등인데, ‘장소찾기 프로젝트’는 다가올 5월 발표될 예정입니다.

_뜨거운 감자의 ‘강변북로를 걷는 여자’라는 곡이 있다. 노래의 화자는 강변북로를 걷고 있는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 여자가 실연을 당한 것인지, 여자라고 차별을 당해 그런 것인지, 성추행을 당한 것인지, 궁금해하면 비관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기 위해 강변북로를 선택한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다. 한편, 안경은오형이 부른 ‘강변북로 suicide’는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강변북로가 도로라는 기능을 넘어 사람과 관련되면 이러한 이미지가 강한 것이다. 하지만 양진석은 강변북로에서 보는 풍경과 그곳에 담긴 추억을 주제로 밝고 경쾌한 곡을 내놓았다. 같은 장소도 해석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의 노래에서 강변북로는 선적인 개별 구조물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연계된 장소로서 의미를 갖는다. 건축가의 시각이 가수의 감성에 짙게 묻어 있음을 느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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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 Y그룹 대표/한양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5. ‘건축의 대중화’라는 화두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TV는 대표님을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건축가로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건축의 실상을 과도하게 포장하고 왜곡되게 표현함으로써 일부 건축계에서는 비난을 받게 하기도 했죠. 현재는 어떤 방식을 통해 건축과 대중의 접점을 생성하고 있는지요.

▶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시행착오와 폐해를 겪으면서 진정한 가수의 존재감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처럼, ‘러브하우스’를 통해 건축가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많았죠. 현재는 주로 강연을 통해 건축을 이야기합니다. TV 특강도 하고 기업체나 관공서를 대상으로 ‘현대건축의 이해’, ‘건축으로 본 유연한 사고’ 등의 강연을 진행하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꺼렸지만 이제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테리어 강의도 합니다. 대중에게 건축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았으니까요. 한편, 두 번째 책의 출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낯 뜨거울 정도로 쉽게 풀어쓴 책인데,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중을 주요 독자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건축가나 교수님들이 쓴 훌륭한 책들도 많지만 대중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워요. 양진석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하고 나의 눈으로 본 건축의 매력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_쉬운 건축책의 필요성은 백분 공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시도와 결과물을 무시하고 있다. 아마도 건축의 격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국민의 행복과 자유보다 국격이 훨씬 더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일까?) 어떤 대상에 대해 폼 잡으며 어렵게 쓰는 것은 쉽다고 한다. 있어 보이는 전문용어만 나열해도 제법 그럴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쉽게 풀어 쓰기 위해서는 체화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까다롭단다. 물론 깊게 들어가고자 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루이스 칸을 주제로 한 논문을 10년 이상 연구하고 있는 학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의 가치를 절대적인 관점에서 논할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읽히는 책인지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대중의 요구를 읽는 방법을 체득한 그의 시도가 적중하길 바란다. _●

6. 건축과 음악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던 대표님의 불명확한 정체가 이제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건축 하나만 잘해서는 경쟁력이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선구자인 셈인데요, 범건축에서 열심히 설계하고 있는 사우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전하신다면.

▶ 좋은 인적자원이 모여서 열심히 일하는 범건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과의 친분도 있고요. 사실 조직에 속한 모든 건축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나만의 향기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건축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 아니면 이상향으로서의 건축을 지향하고 있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건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해요. 후자라면 좀 더 부지런해져야 겠지요. 내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든지, 현상설계로 이력을 쌓는다든지, 또 다른 특기를 계발하면서 본인의 꿈과 이상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존재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싶어요. 한 그룹 안에서 존재감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것은 아우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안에서의 자기 객관화(Identification)와 위치 정립(Orientation)이 필요해요. 또한 건축만큼이나 깊게 탐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매우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지치지 말고 노력하세요. 근본적으로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정신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꿈은 실현될 수도 있고 그저 꿈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꿈을 실현시키려면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갖고 그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노력하면 이루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꿈을 많이 실현시킨 편이에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적으로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_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마음은 무거워졌다. 적당한 선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놓아버렸던 많은 것들이 불쑥불쑥 찾아 들었고, 그것을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위안했던 안일한 생각이 부끄러워진 탓일 것이다. 정말이지 양진석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야기 또한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15년 동안 8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5장의 앨범을 낼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동안 수많은 뒷이야기들 속에서도 담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건축가든 가수든 상관없었고, 건축가이면서 가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도대체 그의 꿈은 얼마나 단단할 것일까. 그 궁금함 이상으로 다짐이 선다. 각자의 꿈을 꼭 잡고 놓치지 않기 위한 다짐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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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긴시간동안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양진석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_●

ps.만나보고 싶은 건축가, 또는 문화 예술인등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쪽지로 신청해주세요.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