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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건축 30주년 기념집 ‘보통의 건축’ -
NEWS 15.09.11

 

[ 범건축 30년, 보통의 건축을 생각하며]  

이정면 부회장

 
 
기업을 세워 한 세대를 온전히 유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규모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범건축은 이제 성장기를 마치고 성숙한 장년기로 들어서는 변환점을 맞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한 사람 또는 몇몇 기여자에 대한 이야기보다, 30년간 범건축을 이어온 진정한 주인공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범건축을 거쳐간 사람들, 범건축에 기꺼이 기회를 제공한 사람들, 기꺼이 비평과 칭찬을 보여준 사람들, 이 모두가 30년 범건축의 진정한 주인공이기에 먼저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지금 범건축이 스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의 기록과 기획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첫째는 ‘범건축이 과연 어떤 집단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건축’, ‘건축가’라는 가볍지 않은 단어에 따르는 가치는 ‘디자인’과 ‘창의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관점에서 범건축의 위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지난 6년 동안 전문가로서의 책임에 대해 노랫말처럼 강조했지만, 이것이 혹시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창의력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한 다른 ‘가면’은 아니었을까? 외국 설계사와의 많은 협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현실을 근거 없이 미화한 건아니었을까? 잔인할 수도 있는 제3자의 관점과 물음을 던지는 것은 우리 범건축의 새로운 시간이 열리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가치도 진정성 있는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축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을 유지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건축인의 길을 걸을 수많은 후배에게 외면당하거나, 사회에서 질책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가고 높이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집단’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을 유지하며, 그야말로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건축 집단으로서의 자리매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범건축의 규모에 따른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각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건축계의 양극화—실제로는 더 많은 분류가 가능하겠지만—현상에서, 분명 우리 범건축은 소위 ‘대형 설계사무소’에 속한다. 이 사실은 자랑스러움보다는 부담 혹은 일종의 막연한 의무감으로 다가온다. 디자인으로 승부한다고 주장하고 대부분 그렇게 인정하는 작은 규모의 아틀리에형 설계사무소의 역할은 나름대로 잘 자리 잡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대형 설계사무소의 현실은 어떠한가를 생각할 때, 많은 부분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축은 디자인 하나로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 결코 아니다. 그 건축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따르는 ‘기능’, ‘용도’, ‘편의성’ 그리고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함께 아우르는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지속 가능성’과 ‘사회와의 소통과 포용’까지도 평가기준이 되었다. 이런 디자인 외적인 측면의 역할과 바른 자세야말로 대형 사무실에서 끊임없이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기본’으로 축적해야 할 건축계 공통의 소중한 자산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고, 크고 작은 설계사무실의 뛰어난 건축가들이 지금과 같은 생산성 없는 노력이나 걱정에서 벗어나 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욱 좋은 건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에서 기본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축가(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보장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조직화되고 과열된 수주 지향 이익 집단으로서의 위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자각을 바탕으로, 범건축은 보다 넓은 정당성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건축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은 ‘범건축이 지향해야 할 궁극의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건축은 우리 사회의 바탕을 완성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물론 개인이나 집단 또는 공공이기도 한 건축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시설로서의 의미가 크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가 누릴 수 있고 그들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도 간과할 수 없다. 시대성을 반영하거나 그보다 앞서가는 빼어난 디자인이 사회에 던지는 의미와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의, 도시의, 마을의 결을 이루는 크고 작은 ‘보통’의 건축이 지니는 가치도 그에 못지않다. 이런 보통의 건축에 당시의 가장 앞선 기술력을 적용해 안전과 편의를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건축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디자인이 뛰어난 건축물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도 배가될 것이다.
       위 세 가지 질문의 바탕에 깔린 중요한 개념은 바로 기본과 원칙이 으뜸이라는 평범한 생각이다. 결코 적지 않은 재산을 전문가인 건축가에게 일임하는 건축주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하는 거주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그 기본인 전문 지식과 경험을 스스로 갖추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니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대형 전문가 집단인 범건축이 지켜야 할 또 하나의기본이라 믿는다.
 
지난 30년 동안 범건축이라는 건축 전문 집단에서 작업한 건축물을 정리하고 자랑하고자 이 책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한 세대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또 다른 한 세대를 위한 방향을 찾기 위해 자기 반성의 기회를 갖고자 함이다. 하여 다양한 관점을 가진 여러 관계자와 범건축과 인연을 맺은 의미 있는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제공받았다. 또한 쉽지는 않았겠지만 현재 범건축에 몸담고 있는 여러 계층 구성원들의 솔직한,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의견도 가감 없이 담고자 했다.
       30년의 역사를 통해 쌓은 특수 분야에 대한 실제 전문가의 생각과 전망으로 그 경험을 나누고자 했고, ‘대형 설계사무소’의 운영과 문제점에 대한 우리의 진솔한 생각도 담았다.
지금까지 대형 설계사무소로서, 어쩌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제도에 편승해서 누린 적지 않은 특혜를 우리 건축계 모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앞으로의 길을 갈 것이다. 보다 의미 있는 전문가로서 우리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건축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제대로 설 것이고, 건설에서 독립한 건축인 모두가 꿈꾸는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앞선 정보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건축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도 대형 사무소의 의무일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만연한 비정상인 관행을 바로잡고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대형 사무소가 의무감을 갖고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런 자세를 유지해야만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멋진 후배들에게 IT의 발달로 더욱 가까워진 지구촌에서 더 나은 미래 환경과 더 큰 희망을 품을 가능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건축가라는 참으로 멋진 직업, 전문가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최고의 직업으로 다시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 또한 현재 이 길을 걷는 우리 모두, 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인 황금시대에 혜택을 누린 50대 후반 건축인 모두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독단과 폐쇄성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전문가 집단, 이것이 불가능한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라는 옛 말씀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 뛰어난 해법, 신선한 생각에 대해서는 그 주인공이 누구든 한껏 칭찬하고,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의 건축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먼저 실천할 필요가 있다.
       범건축이 가야 할 앞으로의 30년이 건축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눌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그럼으로써 뒤따르게 될 다른 건축 집단이나 후배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길을 내어주는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
  1. 신상준말하길

    서울 중구 수하동 을지로 5길 26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서관 10층. 롯데자산개발 해외사업팀

  2. 이동원말하길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577-22 덕성빌라 201호

  3. 신정훈말하길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295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2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