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현욱을 만나다 -
ARCHI TALK 11.05.31

건축가를 만나다 04_이현욱(광장건축)/ 진행: 백상월(건축프리랜서), 일러스트: 길쭉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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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의 지속적인 하락과 기가 막힌 타이밍 궁합을 보여주는 ‘땅콩집’. 건축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보다 일반인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땅콩집은 최근 신문과 방송에 가장 많이 노출된 건축물이다. 한 필지에 두 채의 집을 지음으로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가 실현됐으니 말이다. 땅콩집의 건축가는 광장건축의 이현욱 소장이다. 옆집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외모가 땅콩집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그다. 지레짐작하건데, 만약 그가 조각 같은 얼굴과 화려한 스타일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시청자들은 알 수 없는 실망감과 더불어 배신감까지 일었을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소위 말하는‘사진빨’을 포기한 건축가 아니었던가. 건축가 이현욱이 땅콩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땅콩집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땅콩집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결과를 탐구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그 과정과 의도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의 건축이야기에 도 집중해본다. _●

 

1. 요즘 많이 바쁘시죠? 건축계 내외부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분이시잖아요. 그 추세를 따라 땅콩집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저도 잘 이해가 안 돼요. 땅콩집은 정말 단순하게 시작됐어요. 친구와 저, 둘 다 돈은 없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는 싶고… ‘그럼 혼자 못하니까 둘이 하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시작만큼 집도 단순합니다. 돈이 없으니 싸고 빠르게 나무로 짓고, 단열 열심히 해서 관리비 줄이고. 그래서 건축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진짜 별거 아닌데,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나 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단독주택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큰 나무 옆에 삼각형 지붕이 얹힌 집을 그리지, 아파트를 그리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한 것이죠.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저도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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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으로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광장건축 대표 ‘이현욱 소장’ 인터뷰.

 

2. ‘땅콩집’귀여운 이름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 일단 닮았잖아요. 땅콩집이 한 필지에 두 동을 짓는 것처럼, 땅콩 껍데기 속에도 땅콩알 두 개가 들어 있으니까요. 땅콩마냥 작게 짓기도 했고요. 건축가들이 지은 집에는 ‘XX당’, ‘XX재’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데, 친구와 저는 어려운 이름보다 예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르기 시작한 이름이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것이죠. 엉뚱한 곳에서 ‘땅콩집’이라는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서 법적 조치까지 취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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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간 ‘땅콩집(듀플렉스 홈)’ 전경.

 

3. 일반인들에게는 단독주택 전문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데, 시작은 어떠셨나요?

▶ 1994년에 광장건축에 입사해서 2000년에 건축사를 취득하고 2003년에 광장건축 공동대표가 됐어요. 1976년에 광장건축을 설립한 김 원 선생님께서 내후년에 은퇴를 준비하고 계셔서 대부분의 업무는 제가 맡고 있고요. 사무실이 대학로에 있기도 하고, 그동안은 극장을 많이 설계했어요. 주택은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시작한 건데, 이제는 단독주택 설계가 주요 업무가 됐죠. 얼마 전에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땅콩집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확실히 관심이 높긴 한 것 같아요.
결혼하면서 와이프에게 미리 이야기한 것이 있어요. 이사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오피스, 주상복합, 원룸 등등 비싼 집에서도 살아보고 싸구려 집에서도 살아보고, 결혼 7년 동안 9번 정도 이사했어요. 경험에서 건축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많은 유형의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오피스를 설계하려면 오피스에서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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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며 명쾌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현욱 소장.

4. 사실 땅콩집 이전에도 많은 시도들을 하셨잖아요. 단독주택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세요.

▶ 이전에 시도했던 모바일홈은 이슈만 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죠. 단열이 가장 문제였어요. 겨울에는 가스비가 119만 원이나 나왔을 정도니까요. 와이프에게도 엄청난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열에 집중하게 됐고, 목조주택인 땅콩집이 탄생한 것이죠.
단독주택은 집이라는 공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부에게 있어서요. 제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추억이더라고요. 다락방과 마당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저의 추억도 생겨요. 땅콩집은 사고파는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이며,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아이들의 웃음이 더 행복한 집입니다.

5. 단독주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아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수성도 있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실적 제약도 있고요.

▶ 우리나라 건축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거 시장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젊은 건축가들이 수련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지어야 하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대가들도 시작은 주택설계잖아요. 아파트 위주의 건설 시장이 비대한 우리나라에서 대가가 나오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국민의 대다수가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아파트를 양산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싫어하겠지만, 건축시장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겠죠. 나아가서 모든 국민들이 건축가와 만나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짓는다면 그것이 건축문화의 대중화 아니겠어요?

6.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주세요.

‘두 남자의 집짓기’가 예상보다 흥행하기도 했고, 일반인들이 실질적으로 땅콩집을 짓기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또 한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직장인을 위해 야근 후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작고 얇은 매뉴얼북이에요. 단독주택을 짓기 위한 상식을 쉽지만 전문적으로 서술한 책이죠. 예를 들어, ‘줄자를 사세요’라는 소제목이 있어요. 일반인들은 33평형 아파트와 실제 33평의 차이를 감지하기 어렵거든요. 내가 원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얼마나 큰 공간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설계작업으로는 땅콩집을 집합한 ‘땅콩밭’을 진행하고 있어요. 땅콩집의 정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죠. 2명이 아닌 40명이 모여 산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집니다. 단열에 목숨 건 아파트 프로젝트는 ‘옥수수’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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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택이기도 한 ‘땅콩집 1호’ 전경.

7. 스케일이 점점 커지네요. 그렇다면 이현욱 소장님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 땅콩집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모든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창의력이 학원 열심히 다닌다고 키워질까요? 주말에 캠핑장 데려가는 것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가장 마음껏 뛰어놀고,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도 관찰하고, 풀밭에서 사는 벌레도 만져보고,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국은 자연에서 창의력이 나오죠. 그 자연이 집에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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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건축 사우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남기는 이현욱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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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건축 사우에게 보내는 그의 화이팅 메세지.

_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사무실에는 인터뷰를 기다리는 여러 매체들로 북적였다.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된 인터뷰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범건축 사우들을 위해서도 단독주택시장이 활성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는 짧은 이야기로 여운을 달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보편적으로 언급되는 건축과 예술의 관계도 그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듯하다. 매력적인 형태보다 실사용자의 요구와 경제력이 우선이며,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있어서도 당당하다. 건축가 이현욱에게 있어 건축은 생활이다. _●

인터뷰에 응해주신 건축가 이현욱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