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개천을 만나다 -
ARCHI TALK 11.07.11

건축가를 만나다 05_김개천(국민대 실내건축과) / 진행: 백상월(건축프리랜서), 일러스트: 길쭉청년

한국사회에서 유명한 58년 개띠, 거기에다 10월 3일 출생. 그래서 이름도 ‘김개천’.
특별한 이름만큼이나 건축가 김개천과의 인터뷰는 특별했다. 인터뷰 당시에도 상당히 어려웠지만 글로써 풀어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작업을 마치고 난 시점에서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수많은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지금까지의 인터뷰가 건축가의 건축작업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인터뷰는 건축가의 깊고도 묘연한 건축세계를 읽는 데 집중해보았다. 아니, 굳이 건축세계로 국한하기 보다는 한 인간이 건축과 디자인을 하기 위해 쌓아가고 있는 내공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부디 한 번에 읽히지 않는 글이라고 그저 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보탠다. _●

1. 유명세만큼이나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죠. 사실 최근에 시작한 이집 프로젝트(easyb project)는 15년 전에 ‘하신리 주택’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1년에 한 채 정도 건축주가 주는 대로 설계비를 받고 주택을 지었는데, 건축가와 대중의 소통을 위함이죠.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편안하게 건축가를 만나고, 그래서 좋은 집을 지어서 살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파장을 생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이집’ 이구요. ‘사당동 주택’도 그 중 하나인데, 재미있게도 제 부인이 예전에 살았던 집이라고 하더라고요. ‘30평집’을 마지막으로 학교에 적을 두면서 한동안 진행하지 못했다가, 이번에는 ‘이집’의 기본형을 디자인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도시가 성공적인 모습이 아니라면, ‘이집’이 정답은 아닐 수 있어도 하나의 대안으로서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건강하고 자유로운 집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선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자유로운 집으로 삶을 살게 하면서도 삶을 잊게 만들고 싶은 것이죠. 진정으로 보통 사람들을 위한 건축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판단이 항상 모든 상황에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지금 국민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이기도 하고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장을 역임하시기도 했는데, 건축가라는 호칭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어떤 호칭을 가장 선호하시나요?

저를 구성하는 것은 많은 것이 있죠. 건축도 있고 인테리어도 있고 동양사상에 바탕은 둔 철학도 있고. 이 모든 것이 저를 만드는 요소이며 동시의 저의 전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건축가들은 인테리어와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인테리어의 영역까지 자신의 일이라고 말하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어떤 경우는 건축이든 인테리어든 한 가지만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죠. 경계가 있음으로 해서 좋은 경우도 있지만 경계가 없을 때 훨씬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저의 경우입니다. 저는 모든 것에 대해 열려 있으려고 합니다. 건축과 실내건축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요. 어떤 것에 있어서든 제한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죠.

3. 호칭은 그렇다고 해도 건축과 실내디자인의 작업 자체는 분명 다르죠.

건축과 실내디자인이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건축이 이성적이라면 실내디자인은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이러한 각 특성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각 영역을 인정하고 작업해야겠죠. 이런 점에서 건축과 실내디자인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두 분야를 총망라할 수 있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러한 역할에서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를 어떤 소속이라고 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연히 건축이 그 기반이지만 제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는 자체를 원하지 않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대림산업하고 연계해서 세면기 디자인을 했습니다. 이것도 저의 건축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마땅히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시도하고 싶은 생각은 언제나 있습니다.

4. 작업에 경계를 만들거나 혹은 허무는 일이 건축과 실내디자인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축 자체에 있어서만도 수많은 경계들이 있고요.

얼마 전에 누군가 저한테 상담을 하러 왔어요. 실내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전공은 산업디자인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학부부터 다시 전공하고 싶다길래 왜 굳이 학부부터 하려고 하냐고 물었더니 부족함을 느낀대요. 정답이 있는 경우는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디자인은 정답이 없잖아요. 그렇다면 자신만의 방법과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디자인마저도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지극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근대에 살고 있지만 적어도 이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고고학자가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나일강 주변에서 묻혀 있는 피라미드를 사진으로 발견했어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굿바이 인디아나 존스!(Goodbye Indiana Jones!)’라고 말했다더군요. 유적을 발굴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인디아나 존스가 필요 없는 것이죠. 아이폰이 나오면서 노키아가 세계 1위의 자리에서 추락했듯이, 어는 순간 기존의 건축은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미래의 희망은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느 분야나 작업에 스스로를 국한시키지 말고 전 방위에 걸쳐 자신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5. 건축의 경계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요새는 건축이 예술을 넘어 인문학이라는 의견이 대세인데요, 그럼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말도, 건축이 인문학이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아요. 건축을 어느 쪽으로도 한정지어서는 안 되고, 하물며 건축은 더 이상 건축이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건축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나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의 정의와 형식이 아닌 그 무언가가 앞으로 건축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봐요. 저 또한 그 무엇을 향한 작업을 하고 있고요. 3차원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아이패드가 기존의 컴퓨터와 다른 형식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피상적이라고 여기는 순간 현재에 안주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실체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구축이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 형태와 형식이 ‘이집’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평면과 공간에 있어서도 기존의 것과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6.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건축에 개념을 넣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삶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을 담는 것이 건축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족하는 것이지, 건축가의 어려운 개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이집’의 건축주와 식사를 하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집’에 사는 것이 너무 좋대요. 집이 매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특정 요소가 아니라 집 자체가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이것이 제가 바라던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이라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건축으로 표현해내는 일이에요. 다시 말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거의 맥락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할까. 잊힌 과거에 대한 현재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넘어선 현재와 미래에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사실 우리가 새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과거에 있었던 것 아닌가요? 지금의 건축, 특히 우리나라 건축은 르 꼬르뷔제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5개의 원칙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5원칙이 나왔는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오직 5원칙을 적용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까요.이미 저를 포함한 다수의 건축가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여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7. 건축 외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이나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미술이나 음악도 될 수 있고요.

음… 일단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노자가 내린 소음의 정의 ‘인간이 만들어낸 의도적인 모든 소리’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새 소리, 바람 소리, 수업시간 중간에 나는 쿵짝거리는 소음을 더 좋아해요. 취미라고 하면, 저의 모든 것이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삶 또한 일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니까요. 기회가 생기면 글로 정리하는 일에도 관심을 쏟으려고 합니다. <명묵의 건축(2004)>이 한국의 24개 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이었다면, 곧 출간 예정인 <미의 신화>는 피라미드, 앙코르와트, 파르테논 신전 등 인류 최고의 건축물 24개가 어떻게 아름다운지, 이룩한 세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에요. 학생들이 서양건축사 시간에 흔하게 배우는 건축물이지만 구조와 형식에 대해서만 집중하지 막상 물어보면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이러한 미적 세계와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가 이번 책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기회가 되면 근현대건축에 대해서도 집필하고 싶어요.

8. 모든 사람들이 독립을 해서 건축가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잖아요.

실무에 있을 때는 도면을 그리고 전체적인 것을 배우는 일이 중요하죠.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수립해야 작가 혹은 건축가라고 할 수 있겠죠. 저도 10년 정도 회사생활을 하고 사무실을 열었어요. 그 기간에도 지속했던 한 가지 생각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어요. 다들 미국으로 향할 때에 저는 중동, 알래스카 등지에서 일을 했지요. 당시의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함과 자유로움에 대한 인식은 심어준 것 같아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더 적합한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가치의 경중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라면이나 탕수육이 맛은 있지만 제일 좋은 음식이 아닌 것처럼 각자의 취향도 있고요. 누군가에게는 떡볶이가 제일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어요. 좋고 나쁨의 분류보다는 개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다양함 그 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계획과 범건축 사우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알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는 건축이죠. 또 그런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그렇잖아요. 한 번의 만남으로 파악되는 사람보다 만날수록 알 수 없고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매력 있잖아요. 제가 지향하는 건축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진보하고 변하고 싶어요. 더 풍요롭고, 더 재미있고, 더 즐겁고, 더 지적이고, 더 달콤하면서 때로는 유치하거나 문란하기도 해서 유연한 건축, 그런 건축을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제가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각자의 삶과 가치가 있으니까요. 다만 모든 것에 있어서 열려있는 범건축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알 수 없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건축가 김개천을
한두 번 만남에 파악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무리다.
알 수 없는 건축을 하는 건축가라면, 당연히 알 수 없는 건축가여야 하니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그의 건축과 진보하면서 변할 것이 당연한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기대는 점점 더 커진다. _●

범건축 인터뷰에 응해주신 건축가 김개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