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기중을 만나다 -
ARCHI TALK 12.07.13

장마가 시작되어 버린 이 시점에서는 잠시 잊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실감케 하던 어느 날 오전, 건축가 김기중의 2105 사무실이 위치한 양재천 뒷길의 오전은 그 나름의 한산함으로 더위를 ‘극뽁!’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조금 더 만끽하고자 인터뷰는 샛노란 차양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나는 가수다’의 파워풀한 노래들 때문에 인터뷰가 종종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흥겨운 인터뷰였다.

1.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제가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데, 그래도 사람 만나는 일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건축가로서 많은 사람들은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또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범건축 블로그의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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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 건축사사무소 김기중 소장과의 만남은 양재천 향기가 느껴지는 멋진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2. 사무실 이름이 특이해요. ‘2105’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MVRDV의 영향을 받은 ‘독수리 오형제’가 있었어요. 나름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 5명이 모여 사무실을 열어보자는 것이었죠. 1년 동안 틈틈이 만나면서 ‘사무실을 오픈하면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책상은 어떻게 배치할지’, ‘수익은 어떻게 배분할지’에서부터 ‘우리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을 꿨죠. 다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라 큰 사무실에 다니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본인의 이름으로 내지 못하는 데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2105는 그 중에서 세 명이 남아 차린 사무실이에요. 오픈을 2005년에 했는데, 우리의 100년 후 모습을 위한 이름을 짓고자 했죠. 글로벌한 의미를 더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했는데,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영어로 읽으면 ‘two-one-zero-five’잖아요. 길어졌죠. 하지만 숫자로 한 데에는 모두가 불만이 없어요. 특이한 만큼 주변에서 기억을 잘해주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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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 건축사사무소 전경.

3. 2105 사무실을 공동으로 운영을 하고 계시는군요.

세 명 중에서 한 분은 그만두시고 지금은 저와 이한종 대표님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사무실을 공동으로 운영하면 작품도 공동으로 내는데 저희는 안 그래요. 이한종 대표님과 저의 기능이 똑같거든요. 아이패드 두 대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동시에 두 대를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요. 둘 다 디자인을 하니까 각자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디자인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장점이 있어요. 이한종 대표님은 원도시건축에서 실무를 오래 하신 만큼 설계가 견실하죠. 그래서 주로 오피스와 학교를 설계하는 편이에요. 그에 반해 저는 조금 도전적인 편이고요. 정림건축에서 근무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든요. 다른 사람에 비해 큰 수혜를 입은 셈이죠. 그런 면에서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아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는 2~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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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밝은 미소가 아름다웠던 김기중 소장.

4.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요즘은 주택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소형주택이요. 얼마 전에 ‘강소주택 건설방향과 미래주택에 관한 연구’ 용역을 수주해서 진행하고 있고요. SH공사와 서울시가 같이 하는 프로젝트인데, 크게 보면 아파트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것과 미래주거의 핵심인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대책을 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작년에는 서울시에서 꾸린 도시형 생활주택 TFT팀의 자문위원을 맡아 법률 및 제도를 개선하고 제정하는 데 주력했어요. 강소주택 같은 경우에는 현재 서울시와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기획해서 진행 중에 있어요.
다른 프로젝트로는 모 기업과 함께 용인, 기흥, 일산 등 교외에 콤팩트한 단독주택을 설계하고 있어요. 기존의 단독주택 형식에서 벗어나 관리의 편리성과 시공의 경제성 등을 주요하게 체크하고 있지요. 대지면적은 100평 내외, 바닥면적은 20평 내외로 계획해서 서울의 아파트 값 정도에 지을 수 있는 주택이에요.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땅콩집’과 유사하지만 소유권이나 법규적인 측면에서 훨씬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죠.

5. 소형주택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나요?

예전에 시정개발연구원과 거점확산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도시형 타운하우스, 블록형 하우징 등의 작업을 하면서 유럽에 답사를 다녔어요. 그때 ‘북서향 집’과 ‘코너 집’들을 어떻게 유닛화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이미 그 전부터 일반적인 아파트 작업보다는 어렵고 복잡한 조건을 가진 주거에 대한 스터디는 하고 있었고요.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소형주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거의 그것만 하게 되네요. 그러다보니 직원들도 소형주택에 관한 한은 한 사람이 네다섯 사람 몫을 할 정도로 금방금방 성장하더라고요. 다른 사무소 소장님들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6. 소형주택은 최근의 주택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 같아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이요. 이러한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계속 되지는 않겠죠. 우리나라는 한번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누군가 크게 망하기 전까지는 다 뛰어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열풍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은 소형주택 붐이 일어나서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막 짓고 있는데, 이러다가 슬럼화가 시작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가 되겠죠. 건축적인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때는 소형주택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골칫덩어리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2011년에는 소형주택의 고급화를 선언하고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도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 측면이 강하고요. 혹자는 적어도 5년 정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해야죠.

7. 그렇다면 2105의 주력사업도 주택이겠네요.

주택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삶을 담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설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서울시에서 학생복지주택의 건축을 일부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대학교가 경쟁을 해서 중앙대학교에 1호를 짓고 있어요. 이 학생복지주택과 더불어 도시형 생활주택, 강소주택, 1인 주택, 소형주택, 도시형 타운하우스 등을 작업하다보니 이런 측면에서 점점 다른 사무실과 차별화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이것이 2105의 특성이라면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죠. 소위 말하는 작품이라는 것이요. 사실 지금까지의 작업은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부산 오페라하우스 같은 공모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선배들은 정신 못 차리고 꿈꾸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이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최근에도 중앙대학교 보행로 개선 프로젝트를 했는데, 이것도 디자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약해서…. 더욱 분발하는 수밖에는 없네요!

8. 요즘 경기가 안 좋다보니 문 닫는 설계사무소도 많고 힘들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2105는 어때요? 괜찮으신거죠?!

정림건축에서 10년을 근무하고 나왔어요. 당시에 제가 39살이었는데 그때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영영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너무 빨리 나오지 않은 것은 정말 잘했던 것 같고요. 10년 동안 정림건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자신감도 얻었으니까요. 사람들이 믿어주는 것도 있고요. 그러다 사무실 운영 3년차에 고비를 맞았죠.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 모든 프로젝트가 동시에 중단되면서 정말 아무런 일이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작년부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딱 지금 상태가 좋다고도 하시고, 어떤 분은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시는 상황이에요.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운영하고 있죠. 이런 측면에서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무실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직원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사무실은 만드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잘해야 하는데 역시나 이것도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9.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지 않았나요? 개인적인 취미나, 아니면 여가시간에 즐기시는 특별한 방법은 있으세요?

솔직히 말하면 사무실 운영에 안정기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매일이 벼랑 끝이라고 생각하고 달립니다. 폐달을 밟지 않으면 바로 쓰러지는 자전거 같이요. 스쿠터에 비교하는 것도 저에게는 사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운동하면서 건강관리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고요. 허리가 안 좋아서 시작한 수영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꾸준히 하는 중입니다. 요즘에는 제법 탄력이 붙어서 이러다가 올림픽 나가게 생겼어요. ^^ 취미라고 한다면 음악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정도죠. 얼마 전에는 카메라를 장만해서 일요일 아침마다 동네 주변으로 사진 찍으러 다니고 있어요. 나이 더 들면 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요. 여행도 좋아하지만 폐달 밟기를 멈출 수 없으니까 따로 다니지는 못하고 프로젝트 답사로 종종 해외에 나가긴 하죠. 건축을 해서 좋은 점 중 하나에요.

10. ‘건축가 김기중’은 어떤 건축을 지향하시나요?

건축적인 것에 항상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는 구조의 간결함과 재료 및 디테일로 표현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결국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 의미 없이 RC를 했죠. 그것을 폼보드 건축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폼보드로 모델을 만들면 RC로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거푸집만 짜면 되잖아요. 쿠마 켄고(Kuma Kengo)가 쓴 <약한 건축>,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자연과 사람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RC는 전혀 투명하지가 않잖아요. 스틸이나 목구조 등 적어도 반투명한 구조들은 공간과 공간이 소통할 수 있고요. 이렇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똑같은 표정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나 콘크리트로 구조 위에 친환경 재료만 붙일 수는 없잖아요.

11. 그렇다면 ‘2105의 김기중 소장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동안은 정말 달리기만 한 것 같아요. 좋은 직원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목표였다면, 그 다음은 좋은 클라이언트와 계속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종종 ‘나는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인지’라는 딜레마에 빠지곤 하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아가 화려한 장식이나 과도한 제스쳐보다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던 구조나 재료, 디테일 등의 탄탄함으로 무장한 디자인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1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범건축 직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이화여자대학교 ECC나 파주 영어마을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범건축이 실력 있는 곳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어요. 병원건축으로도 유명하고요. 이렇게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이렇게 인터뷰까지 와주시고, 저는 언제나 범건축을 좋은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범건축 직원 여러분도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직설계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정진하세요. 그러다보면 어떠한 기회든 분명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2105 건축사사무소도 꼭 기억해주세요!! 좋은 기회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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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건축 가족에게 보내는 김기중 소장의 응원 메시지.

소박하고 꾸밈없는 건축가 김기중의 모습만큼이나 담백한 인터뷰였다. 그는 여전히 ‘작품’에 목말라 있다지만, 소박하고 꾸밈없는 건축도 계속되길 바란다.
물론 멋들어진 ‘작품’을 통해 그의 이름이 보다 알려지길 누구보다 응원지만, 한편으로는 오로지 ‘작품’에만 관심을 보이는 허세 가득한 시선들을 타파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하나 더! 폐달을 밟지 않으면 바로 쓰러진다는 건축가의 다리가 더욱 튼튼해져서 경련 따위는 일어나지 않기를!!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기중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BAUM P.R Section | BAUM ARCHITECTS
디자인이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시점에서 즉각적인 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미래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혁신과 앞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범건축은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건축을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 할 것입니다.